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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주를 며칠 앞두고 바야흐로 바빠지기 직전입니다.

내일부터 연주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고,많은 연습분량에 밀린 얘기들까지...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겠지요.

 

그래서 오늘,이 글을 꼭 쓰고 자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몇분의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얘길 나누어 보겠습니다.

제가 똑같은 질문을 가지고 수년을 고민했었고,오랜 시간 찾아다니기도 했었기 때문에 그 얘기도 곁들여 적어보겠습니다.

 

1987년 미시간 대학 다닐때 바로크 앙상블 과목을 가르치던 쳄발로 교수님이 유난히 관심을 보이며 덤벼들던(?) 제게 바로크 활을 주시며 일년가량 사용해보게 했습니다. 물론 모던 바이올린에 활만 바로크 활이었읍니다.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던 제게 어느 날,가장 대조적인 스타일의 연주자들이 연주한 LP 음반 두개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괴벨과 쿠이켄의 음반들이었읍니다.

그날 저는 "왜 이런 악기소리를 이제야 듣게 되었을까...?" 통탄해 마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 4년간 모던과 바로크 두 악기를 함께 연주해 오다가,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의 발전에 모던바이올린 연주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미련없이 모던 바이올린 연주를 접고, 그에 따라 보장되었던 직업 또한 포기했습니다.

 

단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는, 그리고 지금까지도 점점 더 좋아지는 그 결정이었습니다.

바로크 식으로,고음악에 알맞는 정격연주를 추구하고자 결단한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악기소리와 그 활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좋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이었지요.

 

그 이후,음반이 나온 거의 대부분의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들에게 렛슨을 받아볼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한번 유럽에 가면 이곳 저곳으로 12시간씩 기차를 타고 오가기도하면서 연주자들을 찾아 다니기도 했던...정말 아무 생각 없이 너무 배우고 싶은 갈증에 열정적이었던 시간들이었읍니다.

 

유난히 쿠이켄씨의 연주에 매료된 것은 그 분의 인격과 삶에 매료된 것이기도 했엇읍니다.

평생 바이올린을 해왔던 사람이 다시 어린아이처럼 되돌아가서 음정이 다 틀리는 도레미파...를 턱을 떼고 연습하기를 일이년 해야한다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지요? 

 

그러나 인생에서 별로 서둘러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읍니다.

정격이기 때문에 했던 것은 아니었구요...그 소리가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읍니다.

목이 자유롭고,운지법이 달라지니 활의 동작이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더라구요.

바이올린 통의 울림이 너무나 더 시원하게 들리고,목과 몸이 relax 되니 쓸데 없는 긴장으로 인해 많이 몸을 흔들어대며 연주할 필요도 없었읍니다.

지난 번에 쓴 글에서 라쁘띠드 방드와의 연주에서 눈물겨웠던 그 경험은 바로 이 모두가 chin off 하고 연주할 때의 그 소리에 대한 신선한 충격때문이었습니다.

 

1751년에 출판된 Francesco Geminiani 의 "The Art of playing on the Violin"에 보면 이러한 테크닉을 공부할 수있는 체계적인 연습곡들이 아주 잘 정리가 되어있읍니다.

chin off 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필수 교과서이지요.

사실 chin off 를 공부하고 난 연주자들 중에 "난 두가지 다 해 보았는데 chin on 더 좋아서 이렇게 연주한다"라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읍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도해 보기 전에 " 왜 꼭 그렇게 연주해야 해?" 하고 말하더군요.

제 개인적으로 chin off 소리는 화장기 없이 깨끗하게 씻은 얼굴처럼 느껴져서 좋아합니다.

 

 

"어디까지가 정격연주의 필수인가...?"

 

"자기 마음에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해결하는 그 정도까지가 정격연주의 필수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바로크악기를 사용하나 모던주법을 절충하여 연주하는 대부분의 바로크 연주자들,또 모던악기로 바로크식 주법을 곁들여 연주하는 꽤 많은 연주자들이 있습니다.

자기가 편한 악기상태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도의 바로크 음악을 연주해야겠지요.

그러다보면 그 악기의 소리상태와 연주법에 대해 어떤 갈증이 나는 때가 올것이고,그 때마다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은 또한,바로크 한다라고 하기 위해 바로크 악기를 서둘러 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한가지씩 시도해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바로크연주자가 되기 위해 고악기를  들고 연주하지만,무언가 열심히 흉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들리는 경우도 간혹 있으니까요. 

 

제가 굳이 추천하자면,처음에는 활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활은 입의 혀처럼, 바로크식 연주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서 그 발음을 시작하게 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A 415 로 조율한 거트현의 사용이 우리의 귀에 쉽게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브릿지,테일피스,베이스 바,넥,지판..다 바꾸는 것보다  오히려 새로 만든 바로크 바이올린이 더 쌀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활은 조심해서 고를 것...펜이 나쁘면 아무리 글씨체가 좋아도 잘 써지지가 않으니까요.

 

"저희가 가진 악기와 수준으로 그 심플,순수한 소리는 흉내도 못낸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악기를 써도 사람에 따라 음색이 다르게 나오듯이,소리의 색깔은 그 사람의 마음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유명한 연주자들 중에 그 소리자체에 긴장과 욕심이 꽉 차있어서 듣기에 괴로운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테크닉 면에 있어서 차이는 있을 수있겠지만,한음 한음 소리를 내는 것에 마음을 다한다면 심플하고 순수한 음색은 전문연주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오히려 욕심과 경쟁에 얼룩져 있는 요즘의 많은 연주자들에 비해 더욱 순수한 음색이 나올 확률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장식음과 트릴에 관해 얘기하겠읍니다.

비브라토는 장식음의 역할로서,긴 음에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하지요.

활로 다 표현하고 나머지 부분을 풀어주는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브라토 없는 소리에 익숙해 지는 것이 참 중요한 과정이지요...

요즘엔 지속적인 비브라토를  듣노라면 무슨음정을 연주하는 것인지 모르겠을 때가 있어요...^^

 

이태리식의 화려한 스케일이 많은 장식음,프랑스식의 우아하고 짧은 트릴과 모던트 위주의 장식음...

사실,제가 초기 이태리 음악을 시작하면서 창의성이 너무나 결여된 자신을 통탄하던 시절이 있었읍니다.

몇마디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장식음들을 만드는데 하루 이틀이 걸리기도 하구요...

처음에는 악보에 그려가며 연습을 많이 했고 자연스레 들릴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기도 했읍니다.

 

기본적으로 장식음들은 장식 없는 상태의 멜로디가 그냥 입에서 쉽게 흥얼거려지고 너무나 익숙해져서 지겨울 정도가 된 후에 

참다 못해 튀어나오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말하자면 장식해야겠다하고 노력한 것처럼 들리면 이미 자연스런 장식음 처럼 안 들리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많이 시도해 봐야만 하겠지요.

자신의 성향과 기질에 잘 맞는 장식음들이 나와야 가장 자연스러운 장식이 되기때문에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개개인마다 다른 곡들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꼭 여러가지로 시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세련된 정도가 좀 다르다는 차이겠지요.

그러나 bad breath가 no breath 보다는 훨씬 더 좋지 않겠읍니까? ^^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오늘은 이만 줄이기로 하구요,

 

다른 질문들이나 얘기들을 또 기대하겠읍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입니다 ~

 

2009.6.25 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