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 갑자기 고음악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가보다...

시카고 근교의 어느 작은 한인상가에서조차 한국판 고음악 관련서적을 보게되었으니...

반가운 마음에 얼른 사게되었다.

여기저기서 잠깐씩 접해 볼 때마다 갸우뚱...하게 만들던 내용이 여기 또 상세히 적혀있기에 한번 써본다.

연주자들의 작품해석 방식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볼 수있다고 한 내용이다.

" 한가지 방식은 과거에 그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었는지에 대해 구애받지 않고 현재 사용가능한 악기와 현대의 감각이나 정서에 맞게 연주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방식은 과거 그 음악이 연주되었던 상황이나 현실을 가능한 한 그대로 복원하여 당시 작곡가가 의도했던 소리에 가장 가깝게 연주하는 것이다. 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만약 과거의 작곡가들, 예를 들어 바흐가 오늘날 우리와 같은 음악환경에 살았다면 하프시코드와 내추럴 트럼펫 같은 악기를 고집하지 않고 주저없이 현재의 기술이나 전자장치를 활용한 악기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럴까...?

'바하가 오늘 날 살았다면....' 많이 듣는 이야기다.

현대의 악기를 사용했을 것.... 혹은 현대악기로 연주되는 자신의 작품을 듣는다면 자신의 곡인지 모를 것... 등.

둘 다 맞는 말이다.

바하가 요즘 사람이라면 물론 요즘 사용되는 악기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을것이다.

그가 살았던 그 때도 다양한 악기들의 속성을 깊이도 이해하고, 최상의 수준의 음악을 악기들로부터 끌어낼 수있었던 그이기에

전자악기, 그랜드 피아노... 인들 무슨 제약이 있으랴...?

한 가지 확신할 수있는 것은 만약 바흐가 요즘 악기를 사용해서 작곡을 한다면

요즘 악기들의 특성에 가장 알맞는 곡들을 썼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다른 음악이 나왔을 것이라는 것이다.

32분음표 8개씩을 묶은 슬러들을 메사데보체가 되는 가벼운 활로 연주했을 때의 특별한 효과를 그리며 작곡했던 아다지오 ( solo violin sonata g minor 중 ) 를 훨씬 무겁고 메사데보체가 되지 않는 활을 사용하여 작곡한다면 같은 효과를 생각하며 곡을 썼을 리 없다.

같은 음을 반복할 때의 연주법이 옥타브 떨어진 음들처럼 짧게 끊어져 소리내는 아티큘레이션이 통례였던 당시에 작곡된

prelude ( solo violin partita E major 중) 에서 E,A선을 짧게 오가며 반복되는 E 음은 요즘의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면 부드럽게 지속되는 긴 E음으로 들리므로 아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는것이다.

바하가 그 당시에 만들었던 그 작품들은 그 당시의 음악환경과 악기들의 특성이 결합되어 나온 산물이다.

식초가 고추장을 만나면 초고추장이 되어나오듯이.

식초와, 예를 들어 케첩등을 가정하면서 왜 초고추장에 대한 논리들을 펼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아, 여름이라 회덮밥이 생각난 것같다...

이런 저런 것들 안 따지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악기소리에 젖어 연습 할 수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2011. 6. 10 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