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아늑한 도시 Leuven

항상 아늑한 도시 Leuven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며칠 전 유럽에서 연주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La Petite bande와 Mozart 곡들을 연주했어요...

Symphony 39번과 41번,피아노 협주곡 26번(KV 537)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Mozart 곡은 눈꼽만큼의 실수도 어마어마하게 들어나버리는 음악의 특징이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심각한 모습으로 완벽을 위해 안간힘 쓰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도 우스워져버리는 음악인 것같습니다.

활도 낭비함없이, 시기스발드 선생님의말씀처럼, " less is more..." 꼭 필요한만큼 써야 어울리는 소리가되고,

박자도 어찌보면 과장될 여지가 없이, 선생님 말씀처럼," silence of time..." 을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포르테피아노 협연에 Luc Devos

포르테피아노 협연에 Luc Devos

교향곡 41번에서는 자칫 정열에 빠져 허우적대는,그래서 끝나기도 전에 다 지쳐버리는 듯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시기스발드 선생님께서 그 때마다 적절히 조절시켜주시는 말씀.

"use more brain..."

가슴을 차게 하라는 게 아니라, balance를 맞추어야한다는 지적이셨습니다.

비오고 어두운 날씨가 계속되어 호텔방에 봄냄새를 좀 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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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 히야신스입니다.

며칠 간 눅눅한 방을 가득 채웠던 봄냄새였습니다...

2월 14일이 가까워오자 온 시내가 꽃과 하트모양 장식으로 가득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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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씩 휴식시간이 되면 작은 도시를 빠른 걸음으로 산책을 하고 또 맛있는 음식을 찾아 한숨을 돌리곤합니다.

마크와 함께 먹었던 디저트의 귀여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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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리허설하고 연주하고...

운동량이 적어서 몸무게가 잠깐 사이에 많이 늘어버릴 수있는 시기가 바로 이때입니다.

그래도 얼마나 음악 안에서 즐거웠는지요...

연주때에도 Mozart 음악이 주는 경이와 즐거움에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물흐르듯 곡을 만들었을 Mozart가, 온몸과 얼굴이 경직되어 한음도 틀리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면 "푸하하..." 하고 웃어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자유롭게 많이 즐기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주 후에 관객으로 왔던 한 연주자가 저더러" 왜 그렇게 연주 중에 많이 웃었냐"고 해서 "Mozart 곡에 너무 웃기는 부분이 많아서 그랬다.."고 했어요. 사실이 그렇지요...?

그리고 이번 연주의 가장 즐거웠던 순간의 깜짝 연주입니다.

마지막 연주날이 시기스발드 선생님의 생신이었습니다.

선생님은 39번 리허설을 시작하셨는데 우리 연주자들은 이 노래를 시작해서 놀래드린 순간.

다들 연주하는데, 저는 오로지 우리 카페회원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연주 안하고 뒤에서 사진기를 들고 찍고있었지요..!

마음 따뜻한 연주여정이었습니다.

앞으로 내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것인지 다시 많이 생각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극히 단순한 음의 반복이 흐트러짐 없는 리듬 속에서 계속되는 순간, 영원한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느끼게 해주는 Mozart의 음악.

지금,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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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여러분들께 드리는 " happy valentine's day !"입니다.

2011.2.22 김진